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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 책

젊은작가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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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는 완벽한 삼십칠세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장 피에르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삶이라면 당장 서른일곱 살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연수에게 말하자, 연수는 피식 웃더니 너는 남자가 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뭐라고?

우리는 저 남자랑은 다르잖아. 장 피에르 같은 사람은 모든 걸 다 소유하고서도 불행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야. 저런 우울감은 특권층만 가질 수 있는 거라고. 그게 자기 매력이라는 것조차 의식할 필요가 없어.

 

원하는게 있으면 노력해야 돼. 사랑받으려면 정말 죽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나는 꽤나 의기양양한 편이었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소하고도 중요한 디테일들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쪽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명심하라. 반드시, 네가 싫어하던 그 무엇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일 년 전인가 오랜만에 연수와 만났을 때에도 나는 보잘것없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너무 보잘것없어서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애기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연수는 조금 지쳐 보였다. 늦여름의 푸른 잎사귀처럼 어딘가 바래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나는 나대로 내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의 굴욕을 꿋꿋이 견디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둘 다 몸이 망가져서 술 대신 차를 마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호오가 명확하지 않은 중간 지대에서 모호한 태도로 신비로움이라는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는 여자.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나는 한참 동안 가로등을 노려보다가 왠지 힘이 빠져서 사무실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는 곳으로. 

나를 길들이는 데에 실패한 거대한 시스템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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